티스토리 뷰


목차



    728x90
    반응형
    낙담 끝에 피어난 온기,
    김금희 장편소설 《첫 여름, 완주》

    삶의 한가운데, 조용히 놓인 온기의 마을 '완주'

    소설 《첫 여름, 완주》는 여름의 이야기이지만, 읽고 나면 사계절을 지나온 듯한 감정을 남깁니다. 삶의 무게에 지친 사람들이 마주하는 작은 기적, 그리고 그 기적을 일으키는 건 언제나 사람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합니다. 김금희 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또 한 번 삶의 슬픔과 따뜻함이 뒤섞인 독특한 감정을 건네줍니다.

    소설의 배경은 실제 지명이기도 한 전라북도 완주.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완주’는 공간을 넘어, 상처 입은 이들이 잠시 머무르며 숨을 고르는 치유의 장소이자, 인생의 ‘완주’를 상징적으로 의미합니다. 주인공 손열매는 말 그대로 모든 걸 잃고 완주로 흘러들어옵니다. 돈도, 일도, 목소리마저 잃은 상태에서 도착한 완주에서 열매는 다시금 사람과 연결되고, 자신과 대화하며 조금씩 삶을 복원해 갑니다.

    우리 곁에 있는 듯한 인물들, 조용한 연대의 기록

    김금희 작가 특유의 서사 방식은 이번 작품에서도 돋보입니다. 이 소설에는 특별히 대단한 사건이나 반전은 없습니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인물들의 숨결이 전해집니다. 수미 엄마, 어저귀, 한양미, 정애라… 이들은 결코 ‘주인공’이라고 하기엔 존재감이 미미할지도 모르지만, 모두가 자신의 삶을 완주해 나가는 인물입니다.

    수미 엄마는 딸의 흔적을 품은 채 장례 지도사로 살며 암 투병을 해 나가고, 외계인 같기도 한 청년 어저귀는 "인류애 상실"이라며 세상과의 거리를 유지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열매의 곁에 머무르며 조용히, 아주 조용히 서로의 등을 토닥입니다. 이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이 조용한 연대에 있습니다. 김금희 작가는 독자에게도 그 온기를 건넵니다. 그리하여 책을 덮고 나면 나도 모르게 "그래, 나도 살아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묘한 희망이 피어납니다.

    소설 그 자체로 살아 숨 쉬는 대사와 지문

    《첫 여름, 완주》는 단순한 종이책이 아닙니다. 이 작품은 시각 장애인 독자를 위한 오디오북을 먼저 출간하고 종이책을 출간한 ‘듣는 소설’ 시리즈의 첫 권입니다. 그로 인해 대사와 지문이 희곡처럼 자연스럽게 섞여 있고, 이는 독서의 몰입감을 더욱 높입니다.

    배우 박정민이 기획하고, 고민시, 염정아, 김도훈 등 다양한 배우들이 참여한 오디오북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작품처럼 느껴집니다. 실제로 책을 읽으면서 음성을 상상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오디오북을 먼저 생각하고 집필한 작품이라 그런지 문장이 리듬감 있고, 대사는 생생합니다. 이는 김금희 작가의 정제된 문장력과 섬세한 감정 표현 덕분이기도 하지요.

    “사랑은 잃는 것이 아니여”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은 열매가 꿈에서 만난 할아버지의 말입니다. "사랑은 잃는 게 아니여. 내가 내 맘속에 지어 놓은 걸 어떻게 잃어?"라는 이 한마디는 소설 전체를 꿰뚫는 문장이었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것을 잃습니다. 사람을 잃고, 기회를 놓치고, 때로는 나 자신을 잃기도 합니다. 하지만 마음속에 지어 놓은 사랑, 관계, 따뜻한 순간들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김금희 작가는 바로 그 지점을 이야기합니다.

    이 소설은 독자에게 삶이란 결국 그런 것이라는 걸 조용히 일깨웁니다. 상처받아도, 지치더라도, 우리는 다시 누군가를 만나고, 마음을 내주고, 온기를 나누며 살아갑니다. 그 여름의 완주 마을처럼 말이죠.

     

     

    하루의 의미를 되새기다: 차인표 소설 그들의 하루 리뷰 추천

    차인표 소설, 그들의 하루지금 구매하기위로와 감동이 담긴 하루의 이야기: 차인표의 소설 《그들의 하루》삶이 고단한 당신에게 하루의 소중함을 전하는 차인표 작가의 소설 《그들의 하루》

    jjlovely.tistory.com

     

    평범한 하루의 끝에 피어난 기적

    《첫 여름, 완주》를 읽는 내내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특별할 수 있는지를 느꼈습니다. 열매가 만난 사람들, 그들과 나눈 대화, 매점 앞 평상에 앉아 마시는 음료 한 잔조차 이 소설 속에서는 빛이 납니다.

    ‘완주’는 종착지가 아니라 또 다른 시작입니다. 열매는 서울로 돌아가지만, 그 마음에는 완주의 여름이 남아 있습니다. 독자 역시 책을 덮고 나면 저마다의 완주를 떠올리게 될 것입니다. 삶이 엉망이 될 때마다 우리는 또다시 어딘가의 완주로 향할 수 있으니까요.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으로 수수료를 제공합니다.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