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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본 새를 만났을 때처럼
    사진작가 이옥토의 산문집, 슬픔 위로 피어난 반투명의 시선

    아름다움이 나를 살린 순간들

    살다 보면 그 어떤 언어로도 설명되지 않는 감정과 조우할 때가 있습니다. 그것은 처음 본 새처럼 낯설고도 생경한 감각입니다. 사진작가 이옥토의 산문집 《처음 본 새를 만났을 때처럼》은 바로 그런 순간들을 사진과 문장으로 포착한 한 권의 아름다운 앨범이자, 깊은 사유의 기록입니다. “당신의 빛은 당신의 슬픔보다 먼저 끝나지 않아요”라는 문장이 이 책의 모든 정서를 압축하고 있습니다.

    사진으로 말하는 사람, 이옥토

    이옥토 작가는 오랜 시간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존재의 깊이를 탐구해온 인물입니다. 그의 사진은 차갑고 서늘한 동시에 다정합니다. 단지 대상을 찍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감정의 결을 건드리는 느낌이죠. 이번 산문집에서는 사진뿐만 아니라, 그동안 그의 내면에 켜켜이 쌓여 있던 시간과 기억의 매듭들을 문장으로 풀어냈습니다. 열일곱 개의 글은 각각 독립적인 주제를 가지고 있지만, 모두 삶의 조각들을 섬세하게 비추고 있습니다.



    반투명한 시선, 투명한 고백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반투명한 시선’이라는 표현이었습니다. 분명하게 보이진 않지만 완전히 가리워지지도 않은 감정, 기억, 사랑, 그리고 아픔. 이옥토 작가는 그런 것들을 조심스럽고도 단호하게 드러냅니다. 특히 과거의 상처와 화해하려는 마음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감정의 회고가 아니라 현재의 나를 구성하는 중요한 조각으로서 기능합니다.

    어긋남과 비껴감을 이해하는 방식

    책에서 가장 철학적으로 다가왔던 대목은 사진이 “시간을 완벽하게 가둘 수 없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셔터가 눌리는 찰나에 이미 시간은 흐르고 있고, 결국 사진은 그 ‘어긋남’의 증거일 뿐이라는 생각. 이옥토 작가는 이 비껴감과 어긋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서 위로를 찾습니다. 그리고 이 경험은 그가 삶을 바라보는 태도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듭니다. 완벽히 이해하거나 붙잡을 수 없는 순간들, 그럼에도 살아가야만 하는 이유를 사진은 말없이 보여줍니다.

    셀프 포트레이트, 나를 바깥에 두는 아름다움

    책의 서문에 등장하는 셀프 포트레이트는 참 인상적입니다. 작가는 “나를 바깥에 둘 수 있을 때, 비로소 타자에게로 뻗어 나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는 자기애나 자기 표현이 아니라, 자신을 하나의 존재로 인정하고 나아가 세계와 관계 맺으려는 자세입니다. 이옥토 작가에게 사진은 자신을 외부에서 조망하는 창이자,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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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움이 일으킨 살아냄의 과정

    책 속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 중 하나는 스물여섯 살에 떠났던 캐나다 여행 이야기입니다. 작가는 그 여행에서 처음으로 ‘아름다움이 자신을 살렸다’고 고백합니다. 돌, 뼈, 음악, 그리고 곁에 있어 준 타자들… 이 모든 것들이 작가에게는 살아야만 하는 이유가 되었고,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이 산문집은 그런 아름다움이 어떻게 생을 견디게 했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증언입니다.

    회복 이후의 삶을 기록하는 사진과 글

    《처음 본 새를 만났을 때처럼》은 치유와 회복의 과정을 사진과 글로 담아낸 책입니다. 작가는 자신이 살아오며 겪었던 상처들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그것을 예술로 승화시킵니다. 독자는 그 안에서 자신만의 기억과 감정을 떠올리게 되고, 때로는 작가의 문장이 자신의 마음을 대신 말해주는 것 같은 위로를 받습니다.

    나를 살게 한 감각, 사랑의 언어

    책의 전반에 흐르는 주제는 ‘사랑’입니다. 그것은 로맨틱한 의미의 사랑만이 아닙니다. 자신을 감각하게 하고, 타자를 이해하게 하며, 존재를 존중하는 모든 감정이 사랑으로 연결됩니다. 작가는 “부단히 대상을 감지하는 것이 사랑의 근간”이라고 말합니다. 사랑은 곧 이해이고, 연결이며, 살아감 그 자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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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처에서 새어 나온 눈부심

    《처음 본 새를 만났을 때처럼》이라는 제목처럼, 이 책은 날것의 감정이 만들어내는 생경한 아름다움을 이야기합니다. 처음 본 새를 보고 놀라거나 감동하는 그 순간처럼, 익숙하지 않은 감정이나 상황에서도 우리는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옥토 작가는 그 생경함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에 감광하여 글과 사진으로 기록합니다.

    나도 누군가의 처음 본 새가 될 수 있을까

    이 책을 덮으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처음 본 새’처럼 기억될 수 있을까. 낯설지만 아름다운 존재로, 누군가의 마음에 작은 빛을 남길 수 있을까. 이옥토 작가의 산문은 그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럽게 말해줍니다. 존재의 반투명한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그녀의 시선은 우리가 삶을 대하는 방식에도 분명한 울림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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