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 봉태규의 진짜 성장 이야기

괜찮은 어른이란 어떤 모습일까?

배우 봉태규의 솔직한 고백이 담긴 성장 에세이

누군가 “당신은 괜찮은 어른인가요?”라고 묻는다면 쉽게 대답할 수 있을까. 우리는 어른이 되었다고 해서 모두 다 괜찮은 어른은 아니다. 책임을 지고 살아가는 삶 속에서도 여전히 흔들리고, 때때로 상처받으며, 나 자신조차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다. 배우 봉태규의 세 번째 에세이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는 그 흔들림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 다양한 역할 속에서 고민하고 부딪치며, 괜찮은 어른이 되기 위해 애쓰는 한 사람의 진솔한 이야기다.

배우, 아빠, 남편, 아들… 여러 얼굴로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는 단순한 유명인의 에세이가 아니다. 봉태규는 이 책을 통해 한 사람으로서, 여러 역할을 수행하며 살아가는 자신을 들여다본다. 배우로서의 고민, 남편으로서의 사랑, 아빠로서의 성장, 그리고 아들로서 부모와의 관계 속 갈등과 화해까지, 그의 삶은 독자의 삶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파트에서는 직업인으로서의 봉태규가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가는지 보여준다. 두 번째 파트는 그가 어린 시절 부모와의 관계를 되짚으며 원가족 안에서의 상처와 치유를 솔직하게 고백한다. 마지막 파트에서는 아빠로서, 배우자로서의 일상이 그려진다. 아이들과의 일상에서 배운 소중한 가치, 가족 안에서 느끼는 온기와 책임감은 독자에게 잔잔한 울림을 준다.

감정을 있는 그대로 꺼내어 놓는 용기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봉태규 특유의 솔직한 문체다. 가식 없이, 포장 없이, 자신의 삶을 그대로 드러낸다. 특히 “나는 어릴 적 웅변을 배웠던 게 참으로 후회된다”는 고백에서는 사회가 강요한 어른다움의 아이러니를 돌아보게 만든다. 그는 큰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경청하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아이를 통해 배웠다고 말한다.

아이에게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는 권리를 가르치기 위해, 먼저 부모인 자신이 거절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문장에서 부모로서의 진심이 묻어난다. 그의 글에는 누군가를 지적하거나 훈계하려는 자세가 없다. 다만 자신이 먼저 고백하고, 그 고백을 통해 독자도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기억의 퍼즐 조각들

봉태규는 이 책에서 과거의 자신을 여러 장면으로 소환한다. 시골 냇가에서 고무신을 신고 놀던 어린 시절, 90년대 삐삐와 ‘더 블루’ 음악이 익숙했던 10대, 배우로 커리어를 쌓아가던 30대, 그리고 지금 40대의 자신. 각 시절의 기억들이 조각처럼 등장하며 그 시절의 분위기와 감정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특히 평범하지 않았던 가족사, 부모님과의 복잡한 감정이 담긴 이야기에서는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미움과 원망, 그리고 사랑과 그리움이 뒤엉킨 감정. 그것을 숨기지 않고 풀어낸 글에는 시간이 흘러도 해결되지 않는 마음의 무게가 느껴진다. 하지만 그 무게를 혼자 끌어안기보다는 꺼내어 놓고, 다시 관계를 만들어가려는 그의 태도에서 성숙한 어른의 모습이 보인다.

‘연애’가 교과서에 있다면, ‘이별’은 빈 페이지여야 한다.

책에서 특히 인상 깊은 글 중 하나는 ‘전 국민 필수 과목’이라는 글이다. 그는 사람과의 관계, 연애와 이별, 그리고 상호작용을 배우는 시간이 학교에서 정규 과목으로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마지막 페이지는 ‘이별’이라는 제목을 달되, 아무 내용도 쓰지 않고 빈칸으로 남겨두자는 제안은 관계의 본질에 대한 깊은 통찰로 다가온다. 배려와 이해, 그리고 경청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그만의 방식으로 풀어낸 것이다.

이러한 제안은 상상력을 넘어서, 우리가 살아가며 간과하기 쉬운 감정 교육에 대해 진지하게 돌아보게 만든다. ‘괜찮은 어른’이란 결국 감정에 대해 민감하고, 타인과의 관계를 진심으로 대하려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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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함께 살아가고 있고, 나는 외롭지 않다”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는 우리 모두가 괜찮은 어른이 되기 위해 계속해서 배우고, 실수하고, 다시 노력하는 여정을 겪고 있음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봉태규는 자신의 내면을 꺼내어 독자에게 전하면서도 결코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대신 “나도 이런 시행착오를 겪었다”며 함께 고민하고 성장해 나가자고 말한다.

그는 말한다. “각자의 온기를 유지하려면 서로가 필요하다.” 치열한 일상 속에서 우리가 잊고 지냈던 ‘연결’의 가치를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말이다. 스스로를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결국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임을 강조하며, “나는 외롭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어른이 된다는 건 여전히 자라는 것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는 단순히 배우 봉태규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모두가 지나고 있는 ‘어른’이라는 여정에 대한 이야기다. 나이만으로 어른이 되지 않듯, 삶의 역할이 많다고 해서 괜찮은 어른이 되는 것도 아니다. 봉태규는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관계를 돌아보고, 삶을 성찰한다.

그의 책을 덮으며 우리는 다시 묻게 된다. 나는 지금 괜찮은 어른일까? 아니면 괜찮은 어른이 되기 위해 어디쯤 와 있을까?